"이렇게 하니 부정 의심받는다" 여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재명은 안된다"는 현수막 게시를 불허한 것과 관련 중앙선관위를 향해 날을 세웠다.

23일 정치권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이재명은 안된다"는 정치 표현 문구를 게시할 수 없다는 결정을 통보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전날(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선관위가 편파적인 결정을 했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비판했다.

권 대표 권한대행은 "중앙선관위가 무슨 권한으로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되어 조기 대선이 벌어질 것을 전제로 해서 그런 결정했는 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유죄판결이 확정돼서 불출마, 출마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상정하지 않았는 지, 중앙선관위가 이재명 대표를 위해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도 "중앙선관위가 야당 후보로 이재명을 기정사실화한다"며 "이러니까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심을 받는다"고 지적했고 윤상현 의원은 "선관위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22일 자신의 SNS에 "내란죄는 수사 중인 사건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표결과 관련하여 공범으로 처벌되지 않음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그런데도 이 현수막 문구는 정치적 표현으로 허용된다고 한다"며 "한마디로 무죄 추정에 반해 이미 윤 대통령은 내란죄 확정판결을 받는 형국이 됐고,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범이 됐다"고 적었다.

차기 대선 일정은  2027년 3월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사건을 이제사 시작 단계인데 심판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헌재 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관위가 후보를 예단하고 심판 결과를 인용될 것으로 예단한 결과라는 비판이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를 통해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유권자가 봤을 때 '이재명은 안된다'는 현수막은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반면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란 현수막은 다음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낙선 목적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이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공범이다"는 현수막(게시기간 12.11~25)을 부산 지역구에 게시하자 정 의원이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문구로 현수막 게시가 가능한 지 선관위에 문의한데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정치적 편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앙선관위는 2020년 4월 총선 당시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심판"은 허용한 반면 "민생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는 문구는 허용하지 않았다.

또 2021년 4월 보궐선거 때는 김어준이 주도한 TBS의 "일(1) 합시다"는 허용하고 "내로남불, 위선"은 불허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를 들었다.

중앙선관위는 공정하고 엄정한 선거관리와는 거리가 먼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인 경우도 있다.

소쿠리 투표함과 선관위 직원 자녀 특혜 채용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노태악 대법관이 맡고 있다. 노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문체위, 부산 수영구)은 "선관위가 본분을 어기고 선거의 공정과 자유를 침해했다"며 선관위가 허용했던 통상적인 정치적 견해 표현조차 막아 사실상 '이재명 대선 기획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선관위의 결정에 반발해 '그래도! 이재명은 안된다'는 현수막 게시가 불발되자 사무실 책상에서 음료수 병에 미니 현수막을 걸쳐놓고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SNS에 사진을 게시하는 재치를 선택했다.

선관위의 결정에 대해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23일 오전 종편채널 TV조선 '신통방통'에서도 이 부분을 다뤘다.

한 패널은 선관위가 "조기 대선을 예단하느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어떻게 아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패널은 "선관위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재명 대표가 후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15개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이 대표는 이미 유죄(1심) 판결이 나온 것도 있다"며 "선거법 재판이 일찍 나올 수 있고 선거에 나오는 것이 확정된 것도,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데 이 대표를 후보로 생각한다는 건 선관위가 공정하지 못한 주관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상적이라면 대통령 선거는 2027년 3월"이라며 "내란 공범을 주장한 현수막을 허용했는데 정연욱 의원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면 이것도 마찬가지로 허용하지 말아아 한다"며 국회의원 선거는 멀었고 대선은 가깝다는 결정을 한 선관위를 꼬집었다.

선관위는 차기 국회의원 선거는 4년 뒤에 실시되지만 이재명 관련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으로 이재명 대표가 후보가 될 수 있다며 정 의원의 현수막 게시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지도 확정될 지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정을 전제로 판단해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원 측은 "가정을 전제한 후, 이재명을 보호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다"면서 "이재명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이 아니고, 탄핵 심판이 끝난 것도 아니다"며 항의하고 있다.

선관위는 앞서 "000(국회의원)은 내란공범이다"는 허위사실을 담은 현수막을 "정치적 표현"이라는 이유로 허용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정 의원은 "대선은 아직 확정이 아니다. 선관위가 이재명 당대표를 돕는 결정으로 선거의 공정과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탄핵소추안 표결 압박 현수막'을 부산시 전체에 게시할 수 있는 유권해석을 했다.

국민의힘은 "부산 국회의원은 내란공범으로 단정 지은 현수막 때문에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고 비판했다.

공범이라는 과격한 문구를 허용한 선관위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출마선언이나 공식 후보도 아닌 이재명을 사실상 보호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정연욱과 이재명은 아직 누구도 공식 출마선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선거법 개정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힌 상태다.

선관위는 "앞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경우 처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선거법을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스스로 신뢰를 상실하는 행태를 자초하면서 부정선거 주장 처벌이라는 선거법 부터 개정하려 한다는 행태가 불신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확산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부정선거 주장이 어제 오늘 처음 나온 것이 아닌 부정선거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중앙선관위가 소쿠리 투표용지 운반 등 한심한 선거관리 업무로 자초한 불신이 해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현수막 게시 편파 판단에 이어 부정선거 주장 처벌 등을 추진하면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자정 노력과 공정성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부터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녀 부정 채용의 온상이 되고 선거관리 업무에 신뢰를 상실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이 기회에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선관위원장을 현직 판사가 맡고 있는 것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선관위는 비판이 거세지자 23일 이재명은 안 된다는 정치표현에 대해 재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