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 3위 자동차메이커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계에서는 판매대수 기준으로 세계 7, 8위인 양사 합병 시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3위로 올라선다.

최근 경영위기가 심화된 닛산은 재정약화로 미국 시장의 하이브리드 대응력 약화와 전기차 기술 개발 속도 지체로 약화된 경쟁력을 규모의 경제로 위기 탈출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NHK 등 일본 언론은 전날(18일) 양사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대로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해 세계 3위까지 올라선 지위를 1년여 만에 내주게 된다.   

합병이 성사되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판매량 기준)로 올라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세계 1위인 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 업체 등 빅3 중 2개를 보유하게 된다.

닛케이는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경영통합을 위한 협의에 들어간다"면서 "지주회사를 설립해 양사가 산하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업체는 조만간 업무협약(MOU)을 맺고 지주회사 통합 비율 등 세부 사항을 협의한다.

닛산은 미쓰비시자동차 주식 24%를 보유한 최대 주주여서 향후 미쓰비시자동차도 양사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작년 기준으로 판매대수는 혼다가 398만대, 닛산은 337만대를 팔아 세계 8위였다. 두 업체를 합치면 작년 글로벌 판매량은 735만대에 달한다.

1위 도요타(1,123만대)와 2위 독일 폭스바겐(923만대)에 이어 3위인 현대차그룹(730만대)을 추월해 세계 3위 업체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미쓰비시자동차(78만대)까지 합치면 800만대를 넘는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협업을 포함해 지금 검토하고 있으며 그 이외의 가능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실도 없다"며 "뭔가 정해진 것이 있으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고 NHK는 보도했다.

혼다와 닛산, 미쓰비시는 합병 추진 보도와 관련해 모두 현시점에 결정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양사가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자동차 산업에서 100년에 한 번 일어날 만한 변혁이라고 평가받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행이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 세계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율이 5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업체는 미국 테슬라나 중국 BYD(비야디) 등에 뒤지고 있다.

닛산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신차 개발 속도가 느려 미국에서 수요가 커지는 하이브리드차를 투입하지 못해 성적이 저조하다.

이같은 실적 부진으로 지난달 전 세계 생산능력의 20%와 직원 9,000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닛케이는 "닛산이 재건을 위해 혼다와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혼다로서는 합병으로 규모를 키우면서 신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혼다와 닛산은 이미 올해 3월부터 협업을 위한 검토를 시작해 8월에 포괄적 업무제휴를 맺고 차량 탑재 소프트웨어나 부품 공동 사용 등을 협의해 왔다.

양사가 합병하면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나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필요한 거액의 투자비를 확보해 테슬라나 중국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사업 투자를 추진 중인 대만 폭스콘의 닛산 지분 확보 시도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과 닛케이는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이 경영 부진에 시달리는 닛산의 주식을 취득해 닛산 경영에 참여하려 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경영 부진에 시달리는 닛산은 폭스콘의 경영 참여를 피하고 싶었고 혼다도 폭스콘의 동향을 경계했다"면서 폭스콘의 움직임이 혼다와 닛산의 합병 논의 결단을 재촉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