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특별 작전'을 수행 중인 러시아에 조선인민군 특수부대가 파견됐다는 주장이 담긴 외신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날(20일)에는 미국 CNN방송이 러시아가 파병부대에 군용품 지급과 관련된 한글 설문지를 공개하고 우리 측 국가정보원도 조선이 러시아 파병 병력을 태운 러시아 함정을 한국 위성이 포착했다는 사진을 공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 특수부대 병력의 러시아 파병지원과 관련된 외신 보도의 정보 출처가 모두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서 제공된 것이란 점에서 신뢰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CNN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을 정보의 출처로 해 보도한 북한군 보급품을 원화하게 하기 위해 한글로 작성했다는 설문지 내용 중 러시아에 대한 표기가 조선의 표기법과 다른 한국과 유럽식 표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발로 북한군 훈련 장면이라는 동영상과 보급품 지급 관련 서류라며 모자, 군복, 군화 치수가 적혔다는 서류라는 영상이 공개됐다.

CNN은 19일(현지시간) 파병된 북한 군인에게 군복과 군화 등 보급품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글 설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정보의 출처와 관련 CNN은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한글 설문지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설문지에는 한글로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러시아어로도 같은 내용의 안내가 적혀있다. 한글 글씨는 푸른색 컬러로 기재돼 시각적으로 눈에 잘 보이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모자의 둘레와 신장, 가슴둘레를 각각 표시하라는 한글 질문이 이어지고 '모자'와 '군복'은 각각 '여름용'이라고 분류됐다.

옷치수 설문지에는 '러시아씩 군복의 치수(키와 관련)'라는 항목에 '2, 3, 4, 5, 6' 등의 숫자가 적혀있고, 해당 치수에 맞는 신장이 '162-168', '168-174' 등으로 안내됐다. 이어 '조선씩 크기'라는 항목은 빈칸으로 남겨져 있다.

CNN은 북측 군인은 러시아에 도착한 직후 이 설문지를 채워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겉으로 보면 한글과 러시아의 언어 차이 때문에 한글 설문지를 준비한 것처럼 보인다.

앞서 SPRAVDI를 통해 북한군 파병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발 북한군 러시아 파병 주장은 '북러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북러 조약 체결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북러 양국은 지난 6월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무엇보다도 협정 당사자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이 협정에 한쪽이 침공 당했을 경우 지원한다는 상호 방위 지원 규정이 포함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문지를 자세히 보면 한글 표기가 어설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양에서 사용하는 공식 표기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가 준비했다는 보급품 설문지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측에서는 러시아에 대해 '로씨야'로 공식 표기하고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러시아와 조선의 언어 차이로 한글로 표기했는데 조선에서 사용하지도 않는 러시아로 표기했다는 점에서 북한군 입장에서는 이해 불가능한 단어라는 점에서 어설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러시아를 사용하지만 북측에서는 로씨야로 표기하고 있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설문지에는 '러시아씩'으로 표기돼 있다는 점은 의문을 낳고 있다. 

조선중앙TV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했을 당시에도 로씨야라고 보도했고 러시아와 관련된 언급에서는 항상 로씨야로 표기하고 있다.

CNN이 전한 한글 설문지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서 제공된 것이라는 점도 파병 증거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도 "북한군 파견이 사실이라면" 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신중한 분위기를 보이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