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News-plus)]이스라엘이 '헤즈블라('신의 당'이란 의미)'를 겨냥해 폭발물을 심은 것으로 의심되는 삐삐가 동시 다발적으로 폭발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관련기사 <이스라엘, '암살' 작전에 통신수단 적극 활용>

헤즈블라를 지원하는 이란은 '테러행위'라고 규정했고 헤즈블라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보복할 것이라고 다짐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당국은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주로 쓰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해 최소 9명이 숨지고 2,75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다짐했다. 헤즈블라는 '신의 당'이라는 뜻으로 레반논에서 정치,군사,종교적으로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1979년 친 서방주의자 팔레비를 축출한 이란 혁명 후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계기로 싹튼 반이스라엘 감정이 고조되자 시아파를 중심으로 헤즈블라를 조직했다.  

이번 폭발은 레바논 남부와 동부 베카밸리,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등 헤즈볼라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번 폭발로 '9명이 사망하고 2,750명이 부상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로이터는 보건장관 고문 등을 인용해 사망자가 11명, 부상자가 4,0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으나 보건부 발표 이후 정정했다.

뉴욕타임스는 피라스 아비야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부상자 가운데 약 200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헤즈볼라 무장대원과 조직원의 10살 딸 등이 포함됐다.

부상자는 대부분 손을 다쳤고, 일부는 손과 복부에도 부상을 입었다. 또 손가락을 잃거나 두 눈을 심각하게 다친 이들도 있었다.

폭발은 오후 3시30분께부터 1시간가량 계속됐고 일부는 호출이 울려 피해자들이 화면을 확인하는 도중에 폭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스라엘·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도 호출기가 폭발해 헤즈볼라 대원 등 14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번 폭발로 모즈타바 아마니 레바논 주재 이란 대사도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이란 언론들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에 침묵하고 있지만 헤즈블라는 이스라엘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시오니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을 묻는다"며 "반드시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도 "레바논 시민을 표적으로 삼은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의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날 폭발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했고 레바논 정부는 내각회의 이후 "레바논의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이스라엘의 범죄적 공격을 만장일치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정부는 모든 시민에게 호출기를 즉시 폐기하라고 요청했다.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이후 최근 몇 달 사이 통신보안을 위해 호출기를 도입했다.

이날 폭발한 호출기는 대만제 제품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호출기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서아시아·북아프리카 지역 디지털인권단체 SMEX는 이스라엘 측이 기기를 조작하거나 폭발장치를 심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전날 레바논과 접경지역인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전쟁 목표에 공식적으로 추가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한 것은 이스라엘이 사전에 설치한 폭발물 때문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서방국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 폭발사건의 배후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폭발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과 주요 서방국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 등 서방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대만 기업의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것이다.

각 기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ｇ)의 폭발물이 들어가 있었으며 이를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됐다.

이스라엘은 또 무선호출기가 폭발 직전 수초간 신호음을 내게 하는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다고 당국자 3명이 말했다.

이 때문에 다수 피해자가 무선호출기 화면을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폭발에 따른 상처를 입었다.

폭발 당시 영상을 본 보안 전문가들도 폭발의 강도와 속도가 단순한 기기 이상이 아닌 폭발물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