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의료혼란을 막기 위해 정치권이 추진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의 추석 전 출범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협의체 구성을 위해 의료계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집단이기주의가 심각하다는 비판에도 의료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어제와 오늘 한동훈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에게 의협의 참여를 요청했지만, 아직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답을 받았다"며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드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광재 대변인은 CBS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소통하고 있고 정말 읍소 수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추석 전 협의체 출범 가능성에 대해 "10% 아래로 본다"고 비관적으로 봤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야당과 의료계에 제안하고 추석 응급실 대란 사태를 방지하고자 신속한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한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능한 추석 전에 모이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밝혔고,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날 협의회를 열어 신속히 협의체를 출범하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정부는 '2025년 의대 정원 논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협의체 구성에 제동을 걸었다. 

대한의사협회는 2025년 의대정원 논의가 없다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애초 협의체 참여에 긍정적이었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일부 단체도 정부의 강경 모드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부와 야당이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 대변인은 라디오에서 "2025년 정원과 관련해 정부가 굉장히 완고하고, 한 대표도 쉽지 않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며 "그러나 협상을 위해서는 그 안건까지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최소한의 유연함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대표가 2025년도 의대 증원 문제도 의제로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증원 축소보다는 의료계의 대화 참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 정부가 대화의 시작조차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당 내에서는 정부가 추석 응급실 상황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날 한동훈 대표는 한덕수 총리가 2025년 의대증원 논의에 반대한다고 못을 박자 책임질 수 있느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대화 참여 진의도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현장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면서도 의정갈등을 정략적으로 관망하면서 대표성 있는 의협이 들어와야 한다며 밥상이 차려지면 발만 걸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야당을 향해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히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환영 입장을 밝혔으면서 왜 갑자기 의협 참여를 조건으로 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야당도 직접 발로 뛰면서 의료계 참여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