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공개했다. 핵사찰과 비핵화 등 핵무장을 억제하려는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발전시켜온 핵능력을 집대성한 핵무기 원료 제조시설을 첫 공개한 것이다.

수일 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중인 것으로 보이는 12축 이동식발사대(TEL)을 시찰 공개한 직후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화성 17형을 능가하는 극초대형 ICBM 개발 중임을 대미 견제의도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시설을 돌아보며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면서 "핵물질 생산을 줄기차게 벌려 나가고 있는 데 대한 보고를 받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어 "전술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리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의 개별분리능을 더욱 높이라"며 "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신형의 원심분리기 도입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한층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조선은 앞서 2010년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초청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대외에 직접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은 핵무기 제조와 수량, 종류를 전략핵무기부터 전술핵무기까지 다종다양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물질 제조 능력 시설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음을 나타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 현행 생산을 위해 능력 확장을 진행하고 있는 공사 현장을 돌아봤다"고 전하면서도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기존 영변 핵시설 외에 평양 인근의 강선 단지 확장 정황이 국제사회에 최근 포착된 적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방문한 곳은 이 곳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2월 시작된 강선 단지 본관 서남측의 별관 공사가 4월 초 완료돼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확장됐으며 5월에는 인접한 건물의 개축 공사도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날 통신이 공개한 시설에는 최신식 시설 안에 원심분리기가 빈틈없이 꽉 찬 모습이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원심분리기에 우라늄을 넣고 고속 회전해 HEU를 생산한다.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은 HEU와 플루토늄이 있다. 북한은 핵물질 생산에 있어 최근엔 영변 원자로에서 소량으로 생산하는 플루토늄보다 지하에서 은밀하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HEU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번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하면서 미국과 추종국인 한국의 핵협력 강화 움직임을 염두에 둔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 세력이 공화국을 반대해 감행하는 핵위협 책동은 더 노골화되고 위험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핵무력을 중심으로 한 국방력 강화는 "미국과 대응하고 견제해야 하는 우리 혁명의 특수성"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는 북한의 '핵개발 총책'인 홍승무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했다.

김 위원장은 우라늄 농축기지 시찰 외에 인민군 특수작전무력기지 시찰과 신형 600㎜ 방사포차 성능 검증 시험도 현지지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