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조선의 국영 애니메이션 회사와 거래를 한 이탈리아 업체에 대북 제재를 위반한 대가로 벌금 53만8,000달러(약 7억원)를 부과했다. 이번 일은 미국 당국이 북한의 영화 및 애니메이션 산업과 관련한 제재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한 첫 사례다.

CNN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로마에 기반을 둔 애니메이션 회사 '몬도 TV SPA'는 2019년 5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약 2년 6개월간 조선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4·26 아동영화촬영소'(SEK)에 외주 작업을 맡기고 그 비용으로 53만8,000달러를 송금했다.

1957년 설립된 4·26아동영화촬영소는 1960년 첫 아동영화 '신기한 복숭아'를 제작한 이래 만화영화 '소년장수', '고주몽', '영리한 너구리' 등을 창작한 조선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업체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해외 수주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역할을 해 미국 재무부는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몬도 TV와 SEK의 금전 거래는 미국과 중국에 소재를 둔 제3의 회사들을 통해 이뤄졌으며, 이 중 몇몇 회사들은 미국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미 재무부는 밝혔다.

테오 코라디 몬도 TV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CNN은 전했다.

1985년 설립된 몬도 TV는 만화영화 '산도칸-두 호랑이들'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여러 인기 만화를 제작·배포해 온 회사다.

미 재무부 조사에 따르면 몬도 TV는 1990년대부터 SEK에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하도급을 주며 거래 관계를 맺기 시작했으며, SEK 소속 애니메이터들이 몬도 TV가 주최한 교육 프로그램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간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도 모르는 경로로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경우는 있어 왔지만, 몬도 TV의 임원들은 자신들이 누구와 거래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으며 계약서에 북한이 명시적으로 언급돼 있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지난 4월 미국의 대북 매체 '38노스'는 조선의 한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를 분석한 결과 조선의 애니메이터들이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작품에 하청업자로 참여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한국 전문가 제니 타운은 CNN에 "유럽의 회사가 (유엔 대북 제재가 부과된) 2013년 이후로도 조선의 회사와 이러한 거래를 알고도 했다는 것은 다소 놀랍다"며 "특히 미국에 있는 제3자를 통한 거래가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