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대전 기간 미국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를 이끈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린 영화 '오펜하이머'가 최고의 날을 기록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오펜하이머'와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가여운 것들'이 2파전을 벌이며 아카데미 부문상을 쓸어담았다.

예상대로 시상식 초반에 발표된 미술·의상·분장상 등 미장센 부문 상은 '가여운 것들'이 석권했고 후반에 발표된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상은 '오펜하이머'가 독식했다.

'오페하이머'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주우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등 주요 부문 상을 휩쓸며 7관왕을 차지했다.

아카데미와 지독히도 인연이 없었던 크리스토퍼 놀란은 '오페하이머'로 무관의 설움을 털어냈다. 

그는 '인셉션', '덩케르크' 등으로 오스카에 지명받은 바 있지만 작품상, 감독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마틴 스콜세지, 조너선 글레이저, 쥐스틴 트리에 등을 제치고 감독상을 받은 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 줬다"며 감격적인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에밀리 블런트, 킬리언 머피 등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또 우리 스태프들도 너무 훌륭했다"고 배우와 제작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아카데미가 100여 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영화 업계에서의 놀라운 여정, 영화인들의 업적을 조명해 줬다. 그런 시상식에서 수상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아카데미 측에 감사를 전했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천재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로 지난해 8월 15일 국내에 개봉해 전국 323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연기상 부문에서도 이견 없는 수상이 이뤄졌다. 남우조연상은 '오펜하이머'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의 다바인 조이 랜돌프가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킬리언 머피(오펜하이머), 여우주연상은 엠마 스톤(가여운 것들)이 수상했다.

한편, 한국계 캐나다인인 셀린 송 감독은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