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혜 개발의 핵심 증인으로 꼽혔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유족이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대표와 김씨의 아들은 이날 처음 대면했다.

김씨의 아들은 이 대표에게 "어떻게 아버지를 모릅니까"라고 했다. 김씨의 아들이 증언하는 동안 내내 눈길을 피했다.

김 씨의 아들 김모 씨는 일요일 같은 휴일에 이재명 대표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며 모를 리 없다며 모른다고 하는 것에 대해 자충수를 두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9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김씨의 아들은 법정에서 "아버지가 이 대표와 골프를 치거나 업무와 관련해 칭찬을 받았다는 얘기를 했고, 주말이나 밤 늦게 전화를 받아 '누구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아버지를 모른다고 한 것에 대해선 "모를리가 없는데 왜 자충수를 두지 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절이던 당시) 실제로 주말, 평일 가끔 집에 있으면 전화를 받았고 누구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얘기하곤 했다"고 밝혔다. 아랫사람으로서는 하기 힘든 일이다.

김 씨는 '이 대표가 부친과의 관련성을 부인한 발언을 접한 증인·가족들 반응은 어떻했느냐'는 질문에 "가족 대부분은 분통해하고 화난 상태였다"며 "(이 대표가 아버지를)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8년 성남시청에 여권을 만들러 간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아버지가 '이쪽 시장실에 들어가서 (이 대표에게) 계속 보고한다'고 말씀하신 게 정확히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2015년 1월 김 전 처장,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다녀온 호주·뉴질랜드 출장에 대해 김씨는 "2020년 이후 아버지랑 산책을 자주 했는데 출장 관련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며 "이재명 씨랑 낚시도 하고 수차례 보고도 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법정에 출두하면서 '오늘 김문기씨 유족 나오는데 하실말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다른 곳에서는 수많은 얘기를 하면서도 법정에 나타날 때면 굳게 입을 닫고 있다. 그동안 주장해온 것이 법원에만 나오면 자신이 없어지는 양상이다.

고 김문기 처장의 아들도 첫 대면인데 어떤 심경인지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법적으로 들어갔다.  

이 대표는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자인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과 무관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고 김씨를 모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