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으로, '이부망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부천과 인천 비하 발언 파문이 대변인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같은 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는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사퇴하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발단은 정 의원의 입이 방정이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민심에 불을 지른 격이어서 유정복 후보는 물론 당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 의원은 지난 7일 YTN 뉴스에서 "서울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 곳에서 잘 살다가 이혼 한 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가고,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쪽으로 간다"며 "지방에서 생활이 어려울 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은 서울로 온다. 그런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지만 지방을 떠나야 될 사람들이 인천으로 오기 때문에 실업률, 가계부채, 자살률 이런 것들이 꼴찌"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인천의 낙후된 원인이 유정복 시장이 못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뒷바침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발언 소식이 알려지자 인천 등 특정 지역을 비하한 것이라며 맹폭했다.

정 의원은 8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상심이 크셨을 인천시민과 부천시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대변인직을 사퇴함으로써 진정성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다.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비난이 고조됐다.

인천시장에 출마한 같은 당 유정복 후보도 선거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자 논평을 내고 정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유정복 후보는 '정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유 후보는 "당 지도부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인천시민께 머리 숙여 사죄하고 국민이 납득할 단호한 쇄신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유 후보는 한발 더나가 "인천시민과 저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 막말은 민주당 박남춘 후보의 계속된 인천 폄하와 모욕적 발언에서 기인됐다"고박 후보도 겨냥했다.

민주당도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홍영표 원내대표와 윤관석 최고위원 등 인천·부천지역 의원들은 "인천과 부천 시민을 모욕한 한국당은 석고대죄하라"며 "정 대변인이 망발에 가까운 인천 비하를 서슴지 않았던 이유는 오직 한국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를 비호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해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진심을 보이고 싶다면 '국회의원 사퇴'가 답"이라며 "한국당 대변인이라 홍준표 대표에게 배운 것인가. 홍 대표를 뛰어넘는 '청출어람'의 인재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