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남과 북이 전쟁 직전까지 가는 대치가 긴장상황에서 전역을 연기해 화제가 됐던 장병들응 채용한 SK그룹과 롯데그룹이 1년도 되지 않아 이들의 절반 이상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도 이들의 애국심을 수차례 언급했고 장병들이 군 복무중 부상을 입으면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며 군 장병들의 기대감과 안심도를 높였다.

군에서 사병이 다치거나 사망해도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배상이나 보상받기도 힘들고 제대후 국가유공자 판정을 받으려면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하고 가족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하는 실정을 감안할 때 가뭄에 단비같은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대통령은 남북간 긴장의 단초가 됐던 DMZ지뢰폭발 사고로 부상을 당한 사병을 찾아 병문안하고 금일봉을 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DMZ 근무중 부상을 입은 전상자에대한 보상은 커녕 치료도 알정기간 지나면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부상장병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의 언행은 그 효과가 반감됐다.

청년들에게 애국심을 정권이 고취하며 방송 등 온갖언론은 전역연기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한 때 이같은 분위기는 전역장병들은 대견하다는 평가를 들으며 사회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전역하면 취업응 걱정해야 하는 장병들은 나라를 위해 전역을 연기했고 정부는 애국심을 칭찬하며 모범청년으로 소개했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이들을 특별채용하겠다고 밝혀 취업에 목마른 이들에게 단비와도 같았다.

두 기업은 청년 37명을 채용했다.

두 그룹은 보도자료까지 내며 정부의 정책에도 부합하고 홍보도 되는 1석2조 효과를 거뒀다.

5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두 그룹에 특별 채용된 37명 중 현재까지 남아 일하는 청년은 26명이다.

1명은 입사 과정(실무 테스트 단계)에서 탈락했다. 나머지 10명은 모두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 뒀다.

청년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엄혹한 시기에 선망하는 '대기업'을 왜 스스로 걷어찼을까?

KBS에 따르면 특채된 37명 중 판매와 영업, 콜센터 등 이른바 '험지'부서로 발령이 난 청년들은 모두 19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퇴사자 10명 중 9명이 이 험지 부서에서 나왔다.

두 그룹은 이름도 낯선 계열사에 이들을 배치했다.

퇴사자를 보면 SK ps&marketing이라는 판매영업 파트에서 1명, SK서비스탑 2명, SK서비스에이스 1명, SK E&S 1명씩이다.

이들 세 회사는 모두 저임금인 회사로 콜센터 회사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며 학력이 낮다고 차별과 모욕 행위도 있었다.

롯데그룹에 특채된 김모(22)씨는 검정고시 출신 고졸이라는 이유로 "고등학교도 안 다녔나"는 모욕적 언사를 듣고 퇴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9월에 입사한 김씨는 지사장이 이력서를 훑어보고 “너 고졸이야? 검정고시 출신이야?” 등의 막말로 학력 차별을 겪었다는 것이다.

온갖 차별을 겪은 김씨는 결국 입사 후 한 달 만에 스스로 짐을 싸 퇴사했다.

물론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반론하고 있다.

두 그룹이 특별 채용했던 애국장병들은 관리직이 아닌 판매, 영업, 콜센터 같은 3D업종에 배치돼 멸시와 차별을 견디기 못해 자진 퇴사하며 첫 사회진출부터 상처를 입게 됐다.

무늬만 대기업 특별채용 마케팅에 이용당한 꼴이다.

두 그룹은 작년 8월 전쟁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에서 전역을 연기하는 사병들이 나오자 애국심이 스책이라는 홍보자료를 내고 특별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그룹의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신동방 회장은 군대도 안간 병역기피 의혹을 받은 인물들이다.

최 회장은 과체중, 신 회장은 일본 국적이라는 기 면제사유였다.

특별채용 발표 당시 최 회장은 횡령 혐의로 구속돼 8.15 특사를 기대하던 때였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과 롯데호텔 설립 과정에서 박정희 이명박 정권의 특혜로 성장했다.

공교롭게 두 정권 모두 과거 일본과 인연을 갖고 있어 일본기업 특혜라는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었다.

신 회장은 국정감사에 출석도 앞둔 상황이었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해보면 전역인가 장병을 애국장병으로 홍보하던 정부에 정보이기 위해 애국심이 스펙이라며 요란하게 홍보한 이유가 다른데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다분히 총수와 정권이 안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젊은 청년들의 순수한 애국심을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해당그룹과 정부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당혹해 하고 있다.

SK는 최 회장에게 특별사면까지 해줬는데 최 회장이 출시하자마자 불륜 관계가 드러나고 내연녀에게 계열사를 동원해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이 드러났다.

특사를 해준 청와대는 SK그룹에 대해 속은 기분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SK그룹의 홍콩 법인 탈세 혐의를 포착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역시 올들어 롯데그룹 지분 허위공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애국심 마케팅 이후 벌어지는 상황이 우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