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구름 속 그리움이 나비 떼처럼 날아온다 물방울 모여
살갗 비비던 날 조마조마하게 가고 오던 숨소리들 안 된다.
안된다며 밀려왔다 가던 한낮 당신을 덮어주었던 홑이불이 젖어 찢어지듯 눈이 왔다.
밤이 깊어지고 바람이 차지면서
흰 조각들은 얼어붙고
당신은 아침의 햇살을 머리맡에 내려놓으며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잠들지 못한 그리움을 보고 있을 게다.
그립다 그립다고
바람 불고 물방울들 모여 찢겨지듯
날리는 눈을 맞으며 무릎꿇고 찬 술 부어 놓고 당신,
당신 쓰다듬다가 낡은 글씨처럼 굳어 버렸다.
- 이규배 시집 '아픈 곳마다 꽃이 피고 중에서 -
이규배 시인은 1964년 전북 익산군 여산에서 출생했다. 화곡고, 성균관대 국문학과를 나왔다. 1988년 시 동인지 '80년대' 2집 (풀빛)으로 등단했다.
'창작과 비평', '한길문학' '사상문예운동' 등을 통해서 문단 활동을 했다. 시집으로 '투명한 슬픔(푸른숲), '비가를 위하여'(시와 사회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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