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가 주최한 2015 경제인 신년회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정·관·재계 인사 15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관심사는 기업인 가석방 언급이 나올 것인지였다.

대한민국의 각계 인사들이 망라된 자리인 만큼 언론의 눈과 귀가 쏠렸다. 지난해 말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이 청와대에 경제인 가석방을 건의하며 금기의 입을 연 뒤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의원 등 정부와 새누리당에서 연이어 가석방론에 불쏘시개를 지폈다.

이어 박용만 회장은 재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소신(?)있게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거론하며 가석방을 요구했다.

법치주의를 얘기하면서 정부 여당부터 재벌까지 한묶음이 돼 기업인 가석방을 들고 나왔다. 서민들 사이에선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심지어 중소상공인들조차 거부감을 보였다.

이를 의식해서인 지 이날 수많은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입조심을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관련된 SK그룹의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금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난처해 했다.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최종 확정된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법정구속돼 다음 달이면 만 2년을 채우지만, 만기출소 시점은 2017년 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수감으로 경영 공백이 크지 않느냐는 질문에 "잘 해나가고 있다"면서도 "이재현 회장은 사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은 징역 3년을 선고한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 선고 전까지 형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가석방 대상은 형기가 최종 확정된 사범들이 대상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만은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기업인을 가석방하는 것이 좋겠다"며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허 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기업프렌들리 정책에 편승한 듯 국회를 무시하는 듯한 기업인들의 태도로 전경련 해체론까지 제기될 만큼 국민적 공분을 사자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가석방 얘기를 꺼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조차 "무슨 가석방이야?"라고 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은 축하하러 왔다"며 언급을 피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날은 입을 봉했다. 기업인 가석방의 키를 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애초 이날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당일에 불참을 통보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석방은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1/3을 마친 모범 수형자를 대상으로 법무부 장관이 취하는 행정처분이다.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4∼8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매달 하순 가석방 심사를 하고 대상 수형자를 가석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