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대 1,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나타난 헌법재판소의 쏠림 현상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헌법재판소 구성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은 재판관 8대1로 극단적 쏠림을 보이며 다양한 사회현실을 반영하는데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다양성과 포용, 타협이 무시된 채 헌법재판소가 획일화, 보수화 되고 있는 정도가 음이 명백하게 나타난 것이 이번 통진당 해산 선고과정이다.

보수정권이 연속 집권하는 사이 헌법재판소의 보수화가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낸 사례라는 것이다.

이번 통진당 해산결정 선고는 재판관 면면이 보수적 획일성을 보이면서 헌법재판소 본래의 존재 의미는 물론 헌법의 관용과 다양성이라는 헌법정신마저 훼손되는 역설적 현상이었고 이같은 획일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권리구제 뿐 아니라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정치적 사법기관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국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정파의 이해가 고르게 반영돼야 하는 이유다.

위헌결정을 할 경우 헌법재판관 정족수 2/3 이상의 찬성에 의해 결정하도록 한 것도 다양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치권과 헌재 주변에서는 이번에도 인용 대 반대가 7대 2나 6대 3 정도가 될 것이란 일반적인 예상까지 넘어선 획일성마저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5기 헌재는 이전 4기에 비해서도 훨씬 보수색채가 강하고 다양성을 담아내기 어려운 구조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특수·공안을 거친 검사 출신이다. 노사분규가 많은 울산지역에서 검사장도 지냈다. 과격한 보충의견을 낸 안창호 재판관 역시 검사 시절 공안 요직을 두루 거친 공안통이다.

공안검사들은 체제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공안검사들에게 헌법의 정신인 언론 출판 집회 결사와 사상의 자유에 대한 고려를 기대하기는 쉽지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 밖의 재판관 7명은 모두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나 법원장을 지낸 인물들이다. 같은 판사 출신이라도 법전만 펼쳐놓고 사회와 대면접촉 폭이 한정되고 동질성이 강한 정통 엘리트 법관 일색이다.

법원내에서도 "같은 판사 출신이라고 해도 출신과 삶의 경험 등이 다양하게 고려되지 않은 획일적이고 동질적인 집단에서 자라온 고위법관 출신들에게는 그들 기준에서 벗어난 변화나 댜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동소이한 보수적 성향을 지닌 재판관들로 구성된 헌재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없는 구조"라고 일갈했다.

헌재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 해결했다기 보다 헌법재판소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 구성이 획일화되면 헌법의 정신도 희석되고 헌법이 국민 모두를 포괄하고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층만을 위한 쪽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잇다.

현행 헌법재판관 구성은 인선단계부터 권력의 눈치를 살피거나 그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재판관 인선제도'는 헌재가 권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 중 하나다. 재판관 9명 중 대통령이 3명을 임명하고 국회가 3명을 선출하며 나머지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임명하는 몫이 6~7명에 이른다. 임기는 6년으로 연임 가능하다. 연임을 생각한다면 소신과 눈치라는 경계에 서야 할 때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관 선출 제도를 독일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