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 사흘째, 지금 전 일본 열도는 방사선 피폭이라는 또 다른 공포에 휩싸였다.

전날(12일) 폭발이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원자로 안 노심이 일부 녹아내린 것으로 확인됐고 피폭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NHK 방송은 사람에게 1시간 동안 유출될 경우 평소에는 1년간 유출되는 방사선의 양과 같다고 전했다.

이날 일본 기상청으로부터 리히터 규모 9.0으로 조정된 최악의 강진은 어제 오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이어졌고, 수 킬로미터나 떨어진 병원과 요양원에서 22명이 방사선에 노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원전 내부 노심이 녹아내려 방사능 물질이 누출됐고, 바람을 타고 날아갔기 때문이다.
당시 병원에 있던 90명의 환자와 직원을 비롯해, 피폭자가 적어도 190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언론의 속보가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는 방사선 노출정도를 검사하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섰다.

급해진 일본 정부가 원자로 냉각을 위해 바닷물까지 쏟아붓는 가운데, 일본 열도는 공포에 휩싸였다.

세계 유일의 핵폭탄 피폭 국가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난스러울 만큼 예민한 반응을 보여온 일본은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 소식을 사상 최대의 강진에 못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 언론 "일본 원전 안전신화 붕괴됐다" = 현지 언론은 일제히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안전신화가 붕괴했다'고 탄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정부와 전력회사가 그동안 일본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다고 강조해왔으나 이번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그 '안전신화'가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사고로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질 것"이라며 "에너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도쿄신문도 발전회사와 정부의 초동대응 실책으로 단순한 사고가 최악의 사고로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진에 대비한 이중삼중의 봉쇄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후쿠시마 원전 1호기는 이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산케이신문은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그 자체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며 "폭발 사실도 발생 2시간만에 공식발표되는 등 정부의 대처에 문제가 컸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전력의 3% 가량을 원자력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향후 14기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를 신설하거나 증설해 이 비율을 40%까지 높이기로 계획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