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내 경제계 10대뉴스는?

올해 우리 산업계는 크고작은 일들이 유난히 많았다. M&A 시장이 요동쳤고 첫 국제공인  F1대회가 전남 영암에서 열렸다.
건설업계는 경기침체 영향으로 중견 건설업체들이 퇴출되는 등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경제에 큰 의미와 영향을 준 굵직한 10대뉴스를 간추려본다.
 
◇애플 아이폰이 몰고 온 스마트 열풍 = 지난해 5월 출시돼 11월 국내 첫 상륙한 아이폰 열풍이 휴대폰 시장을 강타했다. 아이폰은 국내진출 5개월만에 60여만대가 팔리며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켰다. 아이폰에 맞서 안드로이드 OS를 장착한 구글 넥서스폰이 출시됐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시대 개막을 뒤늦게 인식한 한국은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내세워 부랴부랴 아이폰 추격에 나섰다. 스마트폰에 대비하지 못한 채 프리미엄 피처폰에 안주했던 LG전자는 경영실적마저 악화됐다. 스마트폰 보급은 연말까지 최대 500~7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자동차업계 노사 임단협 무분규 타결 = 자동차업계는 24년만에 처음으로 임단협이 무분규로 타결되어 노사상생의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노동자 대투쟁기인 1987년 노조 설립이래 94년년을 제외하곤 매년 파업이 벌어질 만큼 노사관계가 악화됐다.

현대차는 올해 무분규 임단협 타결로 노조설립 이후 첫 2년 연속 무파업 기록을 세웠다. 쌍용차도 지난해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해고된 이후 파업동력이 약화돼 무분규 파업으로 임단협과 협력적 노사관계의 모습을 보였다.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기아자동차 역시 파업 위기를 딛고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특히 7월 1일부터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노사 선진화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에 따라 대외신인도 제고와 브랜드 가치 향상 등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타임오프제 시행 = 7월1부터 유급근로시간면제를 해주는 '타임오프제'가 시행됐다. 지난해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규정한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원칙적으로 회사측의 임금지급을 금지하되 노조원을 위해 활동(단체교섭, 노조원 고충처리, 산업재해처리 및 예방)하는 시간을 회사업무의 연장으로 간주해 그 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구성돼 노조원수에 비례해 전체 면제시간을 결정할 수 있는 기준, 상한선을 정하고 이에 근거해 근로시간 면제를 결정하고 이 범위내에서 전임자는 회사측으로부터 급여를 받고 노조활동을 하게된다.

그러나 노동자가 어떤 일을 몇시간 했는 지 산출하는 것이 객관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정부가 노동운동의 선진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추진한 것으로 과도한 노조전임자를 둬 회사측에 부담을 주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근심위가 결정한 것이라며 정부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

◇승자의 저주 대우건설 대한통운재매각 =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하며 M&A 전문기업으로 명성을 쌓아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휘말렸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에 막대한 자금조달과정에서 FI(재무적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풋백옵션으로 재무상압박에 부닥치며 그룹 전반에 걸친 연쇄적 자금난을 겪었다. 결국 대우건설 재매각과 금호생명 매각, 금호렌터카 매각에 이어 급기야는 대한통운까지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승자의 저주는 이후 현대건설 매각 등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끼치는 등 M&A 시장에 새로운 변수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는 영토확장에 나선 롯데를 제치고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성공했고 롯데는 두산주류를 인수해 주류메이커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 = 2007년 4월 타결된 이후 미국 의회비준 지연으로 발효되지 못했던 한미FTA가 결국 재협상끝에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측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며 최종 타결됐다.
자동차 교역 불균형 해소와 미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집요한 요구로 시작된 재협상은 자동차를 내주고 농축산 분야의 양보를 얻어냈다.

그러나 이번 최종타결은 시기적으로 연평도 사태로 한미동맹, 미국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진행하면서 남북관계 긴장 속에서 시한을 정해놓고 협상을 벌이는 등 번갯불에 콩구어먹듯 서둘러 타결을 지어 손해보는 장사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결과는 발효즉시 관세철폐키로 했던 자동차는 협정발효 후 4년간 2.5%의 승용차 관세 유지, 일반긴급수입관세제한조치(세이프가드) 10년 적용 등 미국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미 FTA 타결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됨으로써 올해 95만대(수출 50만대, 현지생산 45만대)로 전망되는 등 한국자동차의 미국시장 판매확대와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부품관세의 즉시 철폐로 부품수출 중소기업의 수출확대(금년 40억불 전망)에 기여하고, 현지 국내 완성차공장의 경쟁력 향상 제고 뿐만 아니라  국산차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6◇ 할인점 SSM(기업형수퍼마켓) 확장 =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할인점들이 대형수퍼마켓 또는 수퍼수퍼마켓(SSM. Supermarket) 논란이 가시지 않았다.
대형할인점들은 부지확보와 출점이 어려워지면서 개인들이 운영하던 수퍼마켓 시장에 매장면적 330㎡(약 100평) 이상, 3,000㎡(약 900평) 이하의 규모의 중대형 수퍼마켓 시장에 진출하면서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었다.

이들은 국회에서 SSM규제법에 대해 정부(지식경제부)와 여당이 반대하면서 수년째 입법이 지연되는 틈을 타 수십개에서 최대 수백개 점포가 생겨났다.

대형할인점에 이어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들도 점포 확장에 적극 나섰다.
생존권을 우려한 중소개인상인들과 서점연합회는 강력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는 등 올 한해 내내 마찰을 빚었다.
중소기업청은 조정제도를 통해 양측의 공존을 모색했지만 효과는 크기 않았다.

◇쌍용자동차 마힌드라에 매각 = 쌍용차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쌍용자동차를 11월 23일 인도 마힌드라 그룹으로 매각했다.

총 인수대금은 5225억 원으로 마힌드라의 지분율은 70%이며, 4271억 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인수에, 나머지 954억 원은 회사채 인수에 각각 사용될 예정이다.

마힌드라는 인수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냈으며, 나머지 잔금은 관계인 집회가 열리기 사흘 전까지 낼 계획이다.

지난해 2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쌍용차는 앞으로 모든 인수절차와 회생채무 변제를 마무리하고, 법원 인가를 통해 내년 3월쯤 인수와 회생절차를 종결하게 된다.
쌍용차는 지난해 1월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 임원들이 임기 1달을 앞두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당초 약속한 투자 대신 철수를 결정했다.

상하이차는 2004년 10월 쌍용차를 인수한 뒤 투자는 게을리한 채 2006년 3월 한국인이 다수인 사내외 이사진 체제를 중국인 이사 체제로 바꿔 기술먹튀를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삼성 이건희 경영복귀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위기론을 내세우며 경영에 전격 복귀했다. 이 회장은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며 2년만에 경영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2008년 4월22일 비자금 조성과 X파일 등 사건 등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퇴진을 선언한 이후 23개월만이다.

이 회장은 퇴진당시 해체한다던 전략기획실을 다시 부활시키고 계열사별 독립경영도 원점으로 회귀시켰다.
미국의 세계적 기업지배구조 평가사인 GMI(www.gmiratings.com)는 7월 보고서에서 미국이나 유럽 회사들의 이사회 회장과 전혀 다른 회장 자리를 다시 차지한 것이라며 새 회장에 취임하는 그가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일하지도 않고 임원으로 지위도 없다.

외부투자자들은 이 회장이 법률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영구 회장직(chairman-for-life)을 맡게된 것을 걱정한다"고 평가했다.

삼성의 전근대적 경영지배구도는 한국 기업지배구조 평가마저 하락시켰다. 프랑스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증권(CLSA)과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아시아 11개 국가에 대한 '기업지배구조 분석보고서’(CG WATCH 2010)에서 한국은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기업지배구조가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2007년에 이어 3년 만에 펴낸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은 기업지배구조 점수(100점 만점)는 49점에서 45점으로 떨어졌고, 순위도 네 단계 추락한 9위를 기록했다.

◇이재용 이부진 승진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42) 삼성전자 부사장과 장녀 이부진(41) 호텔신라 삼성에버랜드 전무가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재용(42)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은 삼성전자 사장으로, 이부진(41)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전무는 에버랜드 전략담당 사장 겸 호텔신라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임 이재용 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부진 부사장은 두계단이 뛰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건희 회장의 젊은 조직론 발표에 맞춰 삼성은 경영능력의 철저한 검증없이 3세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씨를 2년연속 승진시켜가며 경영권 세습을 발빠르게 진행했다.
또 장녀 이부진씨도 지난해 신라호텔과 에버랜드 전무로 승진한 뒤 1년만에 두계단이나 승진하며 경영전략과 레저 사업을 총괄하는 수 있도록 했다. 향후 그룹의 계열분리가 전자그룹과 레저호텔그룹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

◇현대건설 MOU 해지, M&A 혈투장 = 올해 M&A 시장은 그야말로 긴박한 혈투장이었다. 현대건설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2파전으로 전개되며 집안싸움을 벌인 현대건설 인수전은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주채권단인 외환은행에서 맡겼던 예금을 빼가는 등 채권단 결정에 반발했다.

프랑스 나타시스 은행의 1조 2천억원의 대출문제 의혹이 불거지면서 채권단이 이례적으로 대출확약서 제출을 요구하고 금융당국은 제2의 대우건설 사태를 우려하며 사실상 MOU 해지를 강권했다.
하지만 제2의 대우건설 사태를 우려한 채권단과 금융당국 등이 자금조달의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MOU 체결 해지를 결정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채권단은 국내 M&A 사상 처음으로 MOU해지 안건과 주식매매계약 승인 등 안건을 상정하며 사실상의 MOU 해지절차에 들어갔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사상 초유의 대출확약서 제출 요구에도 응했다며 대출확약서가 유효하다며 채권단이 현대기아차그룹의 협박을 못이기고 굴복해 일으킨 폭거라며 강력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