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냉전으로 회귀하는 듯 올들어 급랭했던 남북관계에 모처럼 대화분위기가 싹트고 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남북당국회담이 미세한 부분에서 이견이 나타나며 우리측은 대화의 격을 맞추겠다며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관계 정립이란 명분과 원칙이지만 오랜만에 형성된 대화의 틀을 깨서는 안된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자칫 대화의 단절(회담 무산)로 되기 보다는 지속가능한 대화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같은 중요한 시기에 본지 경영지원본부장인 전 노동일보 전무이사를 역임한 안중원 전무이사의 긴급 특별제언을 싣는다.

<남북 당국 회담에 바란다>

경색국면을 지속하며 일촉즉발 전쟁위기로 까지 치닫던 남북이 모처럼 마주 앉는다.

돌이켜보면 7.4남북성명과 6,15남북합의를 통한 평화적 기반이 조성되어 왔음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의 기조에 따라 지속적인 평화의 동력으로 발전되지 않고 오히려 반목과 대립의 이유가 되는 모순이 있었기에 이번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남북당국회담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과 미국의 신 동반자 선언에 따른 동북아정세의 큰 변화 속에서 과연 남북이 6.15합의를 능가하는 새로운 관계를 도출해 전쟁위기를 극복하고 민족적 번영의 동반자임을 확인하는 회담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분단60년으로 발생하는 온갖 모순으로 남북은 세계가 놀라는 경제발전에 비해 여전히 민중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미래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유는 남북대치로 인한 외세에 의한 예속적인 경제구조를 타파하지 못하고 신자유주의 틀에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중복지에 쓰여야 할 상당한 비용이 군비증강으로 낭비되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양극화’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그러한 갈등은 세계최고의 자살율과 저출산으로 이어지며 국가의 미래지표가 어두워지는 결과를 낳고 있기도 하다.

재벌의 영역이 국가전반을 차지하고 내수보다 수출경제에 매달리는 관치경제 시스템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모순자체가 벌어지는 원인은 분단으로 인한 자주적 경제체제로의 발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비극 아닌 비극이 지속되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체제경쟁을 떠나 쌍방 누구도 '인민의 최고위성'을 달성할 수도 없으며 결국엔 남북모두가 공멸하는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방과 동맹타령에만 매달려 한미, 한일 공조에만 치중하는 상황에서 무슨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남북관계 발전이 제대로 진전될 수 있는 지 돌아볼 일이다.

북한도 핵무기가 영구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협정과 주변국가들과의 수교를 통해 민주적인 각종 교류가 진정한 평화구축이라고 대외에 밝힌 대로 이번 당국회담을 통해 강력한 실천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하는 7천만 겨레의 염원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1천만 이산가족들은 부모형제의 생사여부를 애타게 기다리다 고령으로 숨져 가고 있다. 남북교역에 참여한 중소 자영업자들은 엄청남 경제적 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기도 하다. 비단 경제적 교역뿐만 아니라 평화적 통일의 기반 조성을 위한 각종교류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민간분야에서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남북당국회담이 얼어붙은 남북경색 국면을 일거에 해소하고 민족의 단결과 통일에 대한 확고한 열망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성공적인 회담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안중원 경영지원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