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이 12일 서울에서 열린다.
북한이 6일 6.15 공동선언과 7.4남북공동성명 기념행사 공동개최를 위해 정부에 남북 당국자간 회담을 제안한데 대해 정부도 곧바로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12일 개최하자고 북한에 제의했다.

북한이 조평통 특별담화에서 남측에 장소와 시간을 정하면 될 것이라고 밝혀 12일 새정부 첫 남북 당국간 회담 성사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이 통큰제안에 정부가 회담의 급을 장관급으로 높여 제안하면서 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향후 남북관계가 대결국면이 지속되는냐 여부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조평통의 제안이 위임에 의한 것이라고 밝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결정임을 밝혔다.

이번 회담제안에 최고지도자인 김정의 국방위 제1위원장의 의중이 강하게 깔려있다.

조평통은 "위임에 따른 중대입장을 천명한다"고 밝혀 그만큼 실행력과 진정성을 담보했다는 해석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앞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최룡해 특사의 중국방문에서도 대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데 이어 일관된 입장을 보인 것이다.

조평통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며 통일과 평화번영을 이룩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며 대화의지를 강조했다.

일각의 봉남통미 전략에서 실질적 남북관계 개선의지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호응할 명분을 주기 위한 노력도 보인다. 조평통은 "6·15 공동선언발표 13돌 민족공동행사를 실현시키며 아울러 7·4 공동성명 발표 41돌을 북·남 당국의 참가 하에 공동으로 기념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북과 남 민간단체들과 함께 당국의 참가 하에 6·15 공동선언과 7·4 공동성명 발표일을 공동으로 기념하면 의의가 클 것이며 북남관계 개선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전에는 6.15선언에 대해서만 강조하고 7.4남북공동성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론하고 박 대통령 자신이 방북해 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점을 연계해 박 대통령은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고 기대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진정성과 함께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노선과 일부 호응하려는 의지를 담으려 애썼다.
 
남한이 우선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논의하자고 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첫단계인 신뢰구축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또 북한은 회담 장소도 양보했다. 마지막 남북장관급 회담이 2005년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북한에서 열려야 하지만 양보한 것이다. 회담 장소와 시간은 남측에서 정하면 될 것이라고 한 것이다.

조평통은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신뢰구축과 북남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이번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우리의 대범한 용단과 성의있는 제의에 적극 화답해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측의 이번 회담 제안이 박근혜 정부에겐 마지막 기회임을 압박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남북당국 회담이 급반전 되는데는 걸림돌도 있다. 북측의 제안은 미.중,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정상은 북한 핵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에정이다.

또 이달 하순에는 한.중 정상회담도 이어진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고 있다.

북한을 놓고 한국과 미국, 중국이 핵 포기 압박을 하는 상황에서 남북간 당국자 회담을 제시함으로써 상황을 주도적으로 타개해 나가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 근본적으로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과 핵포기를 실현시키려는 한중미일의 의도가 충돌하는 국면에서 우리정부가 거부하기 어려운 명분을 제시함으로써 한미중 공조 압박에 대응하는 의미도 담겨있어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현 봉쇄상황을 벗어나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남북관계 개선 카드를 현재의 고립 국면을 벗어날 돌파구로 삼고자 하는 의도로도 읽힌다. 

한 대북관계 전문가는 "중국이 후진타오 전 주석과 달리 실용적 외교관계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보다는 주도적으로 현재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핵과 경제를 동반 진전시키려는 북한의 정책상 핵 포기를 하지 않을 게 자명한데 박근혜 정부가 핵포기를 강요하면서 대화를 풀어나갈 경우 첫 남북 당국간 회담도 진전을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핵 포기 압박과 남북 대화라는 두개의 과제를 앞두고 얼마나 유연한 대응능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를 가름할 주요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뒤 북한 제안을 보고받고 북한이 대화에 응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며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전되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