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부산 김해공항 인근에 1,000여가구에 육박하는 대규모 사원주택(아파트) 단지가 인근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김해시와 주민,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987년 김해시 내동에 사원용 주택으로 1,000여가 아파트 930가구를 준공했다. 대한항공은 사원복지 차원에서 이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임대로 살수있도록 했다. 

이 곳은 김해 시가지 중심에 위치해 있는데다 김해시가 단지 앞뒤로 조성한 수변공원이 내려다보여 경관좋기로 소문나 영구조망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930세대 가운데 입주는 절반도 안되고 523가구가 주인없이 텅텅 빈 채 20년 넘게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사원 복지증진을 위해 이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임대로 입주해 살 수 있도록 했지만 18평과 23평형의 두가지로 지어진데다 시설까지 오래돼 사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 이 아파트는 인적이 끊어지며 썰렁해져 주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주민들은 "사원아파트가 도시미관을 헤치는 것은 물론 밤이면 우범지대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의 원성이 잦아지자 관할행정기관인 김해시청도 나섰다.

김해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대한항공 측에 아파트 리모델링 등 대책 수립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며 도시미관을 더이상 헤치지 말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우리시 전체적으로 도시미관을 가꾸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아파트가 장기간 공가로 남아있어 도시야경에 장애물로 되고 있다"며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임시방편으로 도로변 아파트에는 밤이 되면 전 가구에 대해 불을 모두 켜놓고 있다. 어둠이 내리면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 가가호호 전등을 밝히다보니 어색한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교육계와 노동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부동산 개발이익에만 눈이 먼 채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해와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수요 예측 잘못으로 직원들의 외면을 받아오면서 흉물로 방치하고 있을 바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공익을 위한 운용방안을 찾아냈다면 회사 이미지도 좋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수십년째 텅텅비어 있는 것을 부산과 경남 지역의 대학생들에게 임대해 저렴하게 공급한다면 비싼 하숙비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을텐데 회사 측은 이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또 노동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정규직 사원에만 입주헤택을 주고 비정규직 직원에게는 입주자격을 주지 않는 차별적 조치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사회공헌보다는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김해시가 도시계획을 추진하면서 대한항공 사원주택 앞에 김해시 최대의 수변공원을 조성하면서 부동산 가치가 크게 뛴 상태다. 일반 분양을 하게되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김해시 인근에 산업단지가 있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으며 부산지역에도 대학들이 많아 대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대한항공의 결단력있는 대책마련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