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일단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시장결정적' 환율제도(인위적 개입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는 시스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원·달러 환율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를 재개했고 원화는 강세 기조를 이어갔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0.97% 오른 1915.71에 마감,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2000선에 한걸음 다가섰다.

이는 지난 2007년 12월 24일(1919.47) 이후 2년10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다. 시가총액도 1062조원으로 불어나 역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이 5000억원 이상 사들이면서 유동성 랠리를 이끌었다. 시장에서는 환율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원화 강세를 염두에 두고 있던 외국인들이 일제히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을 앞두고 아시아 통화 강세와 달러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6.70원 내린 1116.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지난 4월 26일 기록한 연저점(1102.60원)의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각국의 시장 개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주요국 통화들도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유로화 가치는 1.40달러대로 급등했고 엔화도 달러당 80엔대로 상승했다. 또 중국 사회과학원은 위안화가 연말까지 달러당 6.5∼6.6위안으로 절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해외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이 달러 약세를 저지하겠다는 어떤 확고한 약속도 하지 않았고, 투자자들도 여전히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달러가 장기간 이어져 온 약세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향후 신흥국 통화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위안 절상 기대가 확산될 것"이라며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철희 연구원은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외환시장 개입이 어려워지고, 당분간 위안화 절상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화는 경쟁국 통화보다 빠른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