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최태원(52) SK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이 구형됐다.

또 같은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49)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김준홍(47)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5년, 비자금 조성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장모 SK홀딩스 임원은 징역 3년이 구형됐다.

법조계에선 횡령규모에 비해 구형량이 너무 가볍게 했다며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순 아닌가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4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범죄수법이 불량하고 실질적인 손해가 크며 최 회장의 경우 동종범죄 전과도 있다"며 "최근 설립된 양형기준에 맞춰 반드시 실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형고려 사유를 조목조목 거론하며 "양형사유를 검토해봐도 감형에 영향을 미칠 긍정적인 요소는 아무리 양보해도 1~2개인데 비해 부정적인 요소는 10여개가 넘는다"며 "이번 구형은 양형기준으로 보면 최하한선으로 반드시 구형대로 선고해 주길 바란다"고 형을 구했다.

최 회장은 2008년말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공모해 SK텔레콤, SKC&C 등 SK그룹 계열 18개사가 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497억원을 빼돌리고 그룹 임원들의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것처럼 속여 비자금 139억여원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 회장과 공모해 그룹 투자금을 빼돌린 혐의와 함께 출자금 495억원을 추가로 횡령하고 비상장사 주식을 그룹투자금으로 사들여 200억원대 이익을 얻었으며 저축은행 담보로 그룹투자금 750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아왔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펀드자금 450억원은 일시적인 대차거래에 불과하다"며 "검찰이 주장한 공소사실은 대부분 실제와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이와관련 법조계에서는 변호인의 말 자체에 범행이 포함돼 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총수는 회삿돈을 사금고처럼 이용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