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편법상속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48)의 자택과 사무실(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24층)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가운데 이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방송계와 정관계는 금융계까지로비의혹을 벌였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17일  태광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 등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지난 2006년 1월 쌍용화재(현 흥국화재해상보험)를 인수할 당시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특혜논란이 일었다.

인수 실무를 주도했던 금융계열사 흥국생명은 지난 2004년 대주주에게 125억원을 불법대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관련법(보험업법 시행령)은 '경고를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업체는 보험업 허가를 얻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배주주가 다른 그룹의 계열사인 태광산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인수를 승인했다.

쌍용화재 노조와 인수 경쟁사들은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은 모두 대주주가 이호진 회장 일가인데 금감위가 너무 관대하게 법령을 해석했다'고 반발했지만 태광으로의 인수는 그대로 인정돼 특혜논란이 야기됐다.

금감위는 게다가 인수 경쟁사 두 곳에는 허락해 주지 않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태광 측에는 허용해주고, 통상 한 달이 걸리는 지분취득 심사를 불과 열흘 만에 끝내 버려 로비가 있지 않았게느냐는 의혹을 샀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국회 정무위에서 '인수자 내정설(說)까지 있었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으나 금감위는 '법적 요건에 맞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연합뉴스는 태광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직원의 말을 인용해 "회사 측에서 금감위 직원 등에게 고가 와인 등 수십만 원 어치 선물을 주는 등 로비로 보이는 행태가 흔했던 상황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따라 검찰은 검찰은 편법승계 의혹에 이어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금융계 로비 등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어머니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이사는 쌍용화재를 인수하기 전 차명계좌로 이 업체 주식을 사서 시세차익을 올렸다가 검찰에 약식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냈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자신의 친척과 직원 등을 특채 등 방식으로 해당 부처에 진출시켜 방송계 인맥 등을 관리하려 했다는 의혹도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또 방송사 인수합병 로비의혹도 받고 있다.
케이블방송 인수 과정에서 방송법을 위반하고 허가승인 과정에서 청와대 비서관과 방통위 직원에게 성접대를 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08년 말 방송법 시행령의 소유권 제한 규정이 완화되자 케이블 방송업체 큐릭스를 사들였지만 '시행령 개정을 기다리며 주식을 미리 위장해서 보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내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회장은 현재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방송계에 로비를 벌인 정황도 파악했다.

또 이 회장의 초등학생 딸도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상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16일 서울 장충동 이 회장의 자택과 이 회장의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흥국생명 사옥 24층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인수합병과 편법상속과 관련된 핵심 증거자료들을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